뱃고동 안 울린지 오래… ‘존폐기로’에 선 감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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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고동 안 울린지 오래… ‘존폐기로’에 선 감포항
  • 和白新聞(화백신문)
  • 승인 2020.01.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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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역서 싹쓸이하는 中 어선단 탓
산 오징어 금값… 1마리 1만5000원
어획량 급감… 선주·선원들 울상
道, 이자 상환유예 긴급대책 마련
출어를 하지 못하고 정박해 있는 감포항을 두고 걷고 있는 선원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출어를 하지 못하고 정박해 있는 감포항을 두고 걷고 있는 선원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경주지역 수산물이 집합되는 감포항.
지금 이때면 오징어 어선들이 밤낮 가릴 것 없이 항구로 들락거려야 한다. 그리고 잡힌 오징어가 이른 아침부터 중매인의 호령을 통해 상인들에게 ‘경매’되는 풍경이 연출되어야 한다.
또, 야간에 출항하는 오징어 배에 밝힌 대낮 같은 ‘집어등’ 풍경도 볼거리였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호황을 누려야 할 감포항과 인근 상가는 ‘개점 휴업’이다.
감포항 하늘엔 먹구름만 잔뜩 끼어 있다.
특히, 일터인 동해로 나가 오징어를 잡아야 할 배들이 항구에 정박해 운항할 조짐조차 없다. 더욱이 북적여야 할 생선 위판장에는 인적이 드물 정도다.
이유는 동해안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징어 배 선주는 물론 여기에 종사하는 선원 등 총체적으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연일 울상이다.
더불어 이 여파는 감포지역 경제까지 미치는 등  곳곳에서 한숨 소리만 들리고 있다.
오징어잡이 철은 9월부터 다음 해 설날 전후 약 6개월간이다.
동해안 오징어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인근 해역에서 어군(魚群)을 형성한다.
그리고 가을이면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북한 수역을 지나 우리나라 강원도 삼척, 경북 울진을 통과해 감포 해상과 마지막으로 울산 경계선 까지 어장을 형성한다.
그런데, 몇 년 전 북한이 동해 해역을 중국에 팔자 중국 대형 어선단이 이 일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오징어를 비롯 모든 종류의 생선들을 ‘싹쓸이’ 하고 있다.
오징어 배 선주 박모씨는  “중국 어선들이 오징어는 물론  동해안 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다” 고 말했다.
더욱 실감 나는 말이다. “러시아 해역에서 형성된 오징어 떼가 남하하는 북한 해역 길목에 중국 배들이  진을 치고,  중간에 ‘싹쓸이’ 하니 경북 동해안에서는 오징어 구경하기는 좀처럼 어렵다”고 흥분했다.
 

 

오징어가 제철인데도 횟집 수족관에는 모습을 볼 수 없고, 인근 상가는 개점휴업일 정도다.
오징어가 제철인데도 횟집 수족관에는 모습을 볼 수 없고, 인근 상가는 개점휴업일 정도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감포항 소속 오징어 냉장선 등은 성어기임에도  아예 출어조차  못하고 항구에 ‘정박’해 있다.
설령 출어하더라도 어획량이 적어 기름값, 인건비조차 못 건지기에 포기하고 있다.
선장 최모 씨는 “그나마 용기를 내어 출어하더라도 어획량이 적어 이것저것 정리하면 잘해야 본전이다” 며 푸념했다.
오징어 값이 폭등하고 있다. ‘금값’이다. 호황 때 1마리에 3-5천 원하든 활(活) 오징어가 지금은 1마리 1만5천 원이다. 그래서 횟집에서는 단가가 맞지 않아 취급하지 않는다.
더욱이 호시절 1축(20마리)에 5-7만 원 하던 마른오징어 값이 현재 20만 원 대다.
인근 횟집 주인 김모 씨는 “오징어가 민감해 자칫 관리 소홀로 죽을 경우 그 값을 받지 못해 아예 취급를 하지 않는다” 고 했다.
이 여파는 오징어 뱃값에도 미치고 있다. 
감포항 소속 오징어배는 냉동선 20척(45~59t), 냉장선 15척(25~35t) 이다.
호황 시절 이 배 값도 덩달아 상승했는데, 현재 어획량이 없자 배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고, 금액도 하락 추세다. 선주 이 모씨는 “ 배 값이 하락해 연일 입술이 바짝 마르고 있다” 고 했다.
또, 경주수협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협의 주 수입원은 고기 위판 ‘수수료’다.  수협 황선호 과장은 “ 250억 원대 위판고가 지난해 38억으로 급감했다” 고 말했다.
위기를 더욱 실감하는 것은 수협 대출을 받아 운영하는  배들이 수입이 줄자 금융 ‘이자’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해안 오징어 생산량은 지난 2018년의 경우 1만4,435t 금액으론 1,245억여 원이다. 지난 해는 총 1만2,510t에 1,071여억 원 이다,
2018년 성어기(10~11월) 생산량은 6,973t이었고, 지난 해는 854t으로 88% 급감했다.
경북권의 경우 지난 2012년 7만4,000여 t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해 2018년은 1만6,000t으로 대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 1만2000여 t에 그쳤고, 성어기 어획량은 6,900여 t 대비 88% 줄어든 850여 t이다.
이에 경북도가 나섰다. 도는 어민들의 경영 안정을 위해 수산분야  농어촌 진흥기금 상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연말 경북도 농어촌진흥기금운영심의회는 수산분야 농어촌 진흥기금 213건 176억의 상환기간을 1년간 ‘특별연장’하기로 했다.
오징어는 도내 어업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2018년 854t에 비해  2019년은 12% 수준으로 급감했다. 
선주들과 선원들은 삼삼오오 인근 다방이나 선술집에서 속절이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경자년 초, 겨울 찬바람보다 더 거세게 휘몰아치는 감포항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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