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리목월문학회, '동리문학상' 소설가 박솔뫼...'목월문학상' 시인 조용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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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목월문학회, '동리문학상' 소설가 박솔뫼...'목월문학상' 시인 조용미 선정
  • 윤효중 기자
  • 승인 2021.10.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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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소설 ‘미래 산책 연습’...광주 출신 김승옥문학상 등 수상하기도
조용미 詩 ‘당신의 아름다움’ ...경북 고령 출신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2021 동리목월문학상 시상식 다음달 12일 화랑마을 기파랑관에서 열려

동리목월문학회는 28일 '제24회  동리문학상'에 소설가 박솔뫼(36)의  ‘미래 산책 연습’이, 제14회 '목월문학상'에 시인 조용미(58)의 ‘당신의 아름다움’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동리목월문학회
박솔뫼 소설가는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김승옥문학상·문지문학상·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한 바 있다./동리목월문학회

박 소설가는 수상 소감에서 “감사한 마음을 가슴속 깊이 담아 매일매일 제대로 된 글을 계속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리목월문학회
조용미 시인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했으며, 김달진문학상, 김준성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동리목월문학회

수상소감으로 “목월선생님처럼 말을 아끼고 다듬으며, 귀하게 여기는 시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2021 동리목월문학상 시상식은 다음달 12일 경주시 화랑마을 기파랑관에서 진행된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주 출신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수상자는 각 6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이 금액은 우리나라 문학상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심사평 - 박솔뫼의 '미래 산책연습']

지난 2년간 출간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열 분 예심위원들의 꼼꼼한 심사를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김금희 장편소설 『복자에게』, 김연수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여름』, 박솔뫼 장편소설 『미래 산책 연습』, 심윤경 장편소설 『영원한 유산』, 은희경 장편소설 『빛의 과거』 등 모두 다섯 편이었다. 3주가량의 숙독 기간이 주어졌고, 세 명의 심사위원은 본심 전날까지 각자 두 편의 작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최종 논의에 임하기로 했다.

본심 시작과 함께 사전 추천작을 취합해본 결과, 세 심사위원의 생각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지를 받은 작품들에 대한 독후감이 먼저 교환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수상작이 좁혀졌다.

두 편의 작품을 두고 집중적으로 논의가 진행됐고, 경탄과 찬사의 말이 더 많이 보태진 박솔뫼 장편소설 『미래 산책 연습』을 올해 동리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은 기쁘게 합의했다.

『미래 산책 연습』을 읽고 나면 ‘미래 산책 연습’이라는 제목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보게 되거니와, 열린 액자 소설처럼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에서 소설가의 분신처럼 보이는 액자 바깥의 화자는 부산의 중앙동, 보수동, 남포동, 영도 등지를 걷고 또 걷는다.

느릿한 산책의 걸음들 사이로 다가왔다 멀어지는 생각과 풍경이 소설의 문장과 서사의 리듬으로 천천히 옮겨오고 감각되는 가운데, 인물의 산책은 하나의 시간에 다른 시간을 겹치고 하나의 장소를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려는 간절한 ‘연습’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지난 80년대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의 시간은 그렇게 현재에 포개지고 과거로 돌아간 채 미래의 시간이 된다. 집을 구하는 사람인 척 부동산 주인의 안내로 들어간 오래된 아파트 창에서 옛 미문화원 건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장면은 이 소설의 ‘산책’과 ‘연습’이 역사와 인간에 대한 겸허하고 간절한 문학의 질문이라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산책의 리듬 속에서 소설의 인물들은 뜻밖의 자리에서 만나거나 스치듯 지나가는데, ‘수미’와 ‘나’라는 두 명의 화자로 나뉘어 진행되는 소설의 구조 역시 ‘수미’가 ‘나’의 과거인 것처럼 교차하고 스치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심사평 - 조용미의 '당신의 아름다움']

세 심사위원들은 조용미 시인이 새 시집 『당신의 아름다움』에서 일취월장의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발견한 기쁨을 이구동성으로 토로하였다.

미적 취향이 각별히 섬세했던 시인은 이제 “생의 확고부동함과 지루함에 몸져” 눕는 경험을 통과하면서 “아는 말을 반쯤” 버릴 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로부터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 무엇보다도 생체험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그 체험의 진실성을 스스로 납득하는 데서 오롯이 불이 붙는 시의 슻이 구워졌다는 데에 있겠다.

이로써 시인은 세계의 문제를 자신의 몫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그 몫을 제 몸 변신과 세계 간각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서 자신의 주관을 넘어 상관성의 우주로 넘어가는 계단을 구축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나로부터 발생”하지만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 가장 큰 시련”이 된다.

이리하여 이 시집은 모든 물상에 대한 궁금증을 궁글리는 어조로 조근조근 속살거리며 세상 사람들과 생명들이 존재하는 현상과 생장하는 과정의 깊은 바탕 안으로 자맥질해 들어가, 삶의 이치로 발가우리한 원생 광물들을 캐낸다.

시인은 의미의 해녀이고 언어의 싱크로나이저이다.

그는 삶의 뜻을 되새기며, 그 뜻으로부터 저절로 피어날 온갖 형상들을 시의 화폭으로 옮긴다. 이렇게 이미지의 미인은 의미의 노동자로 다시 태어났다. 수상을 축하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 심사위원 김사인, 정과리, 황인숙(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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